2008년 01월 14일
Development is Stupid
Bill Clinton이 명료하게 한마디 한 것이 있었다.
최장집 선생께서는 "It's Democracy, Stupid" 하시겠지.
아마도 10년 전에 했어야 할 고민을 이제야 시작하게 될 것 같다.
"Is development a right answer?"
정치의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하여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정치의 기능이 권력의 재분배라는 데에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뭉쳐진 권력을 쪼개어 나누어준다는게 아니라, 다양한 세력 간의 권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당성, 법적 권한 등은 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근대 국가에서는 그 권력의 정점에 돈이 있다. '경제'이다.
즉 정치는 경제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데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게 된다. 또한 모든 일에는 돈이 필요하므로, 돈이 그 자체의 질서만으로 움직이기엔 벅찬 문제들을 정치 영역에서 통제할 때 역시 돈이 필요하다. 정치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이러한 길항작용에 가까울 것이다.
근대 국가가 형성되면서, 정치 권력은 경제를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를 선택한다. 그 선택은 법, 규제, 원칙으로 정립된다. 몇번의 실패와 성공을 겪은 뒤, 즉 제도와 규제, 원칙들 사이에 경쟁이 오고간 뒤에 한 국가는 그 나름의 독특한 방식을 갖게 되고, 그것은 세계적 추세에 영향을 받지만 결국 그 국가 제도의 근원을 이룬다.
사회학에서 문화라는 개념을 선호하는 것 처럼, 경제학에서는 제도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Institution. 그 말에는 사회학에서 설명하는 문화, 혹은 habits of heart 와 같은 개념이 갖는 포괄적인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 (그들 마음이긴 하지만, 왜 그것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는 한다.)
지금까지 나열한 이야기들을 한국에 적용해볼 때, 한국의 새 대통령이 내세운 방식이 지지를 받게 된 이유는 아마도 이 나라의 제도화된 개발주의가 아닌가 한다. 한국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은 현명함과 똑똑함, 세계 사회에 대한 지각의 정도에 관계 없이 한국식 개발주의 모델에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근거 없는 대안을 믿는 심리완 다른 것으로, 차라리 '과거에 통했던 것', '모두가 그리 믿는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라고 보아야 하고, 제도화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장하준을 읽으면서, 최장집을 읽을 때의 고민과 마찬가지의 고민에 빠진다.
과연 한국의 개발주의는 어떤 미래를 갖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변화를 가만히 앉아 포기하기엔, 우리의 시대가 너무나 아쉽다.
과연 우리는 이 시점에서 무엇을 제시할 수 있는가?
촛불을 들었던 대중의 정신이 아쉽다. 비록 그것이 100% 옳지는 않았더라도, 그 순수한 정신은 아직도 살아있는 것 아닌가?
명확한 해답 없이 촛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려온 지난 5년은 축축한 감자가 너무 센 불에 구워져 겉은 타버리고, 속은 설익은 듯한 형국이 되어버렸다. 이제와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되는 것은 과거의 그것이고, 본인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2000년대의 기득권들은 새로운 도전은 안중에도 없이 세력 싸움에 눈이 멀어있다.
나는 그 명백한 지지자였던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책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도 제도화된 개발주의에 내 나름의 방식으로 분석과 평가를 가하게 될 것 같다. 반대로 더욱 엄격하게, 과거 5년간 진행되어온 프로젝트에 대하여 냉철하게 비판하여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이 5년은 한 세력이 탄생하고, 기반을 잃고 무너지기까지 그들이 어긴 근원의 규칙들을 잘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원칙이 어느정도 눈에 들어올 때, 그것이 하나의 '노하우'로서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by | 2008/01/14 01:33 | book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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